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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 배우 오영수 강제추행 혐의, 항소심 '무죄' 파기 환송의 법적 쟁점
국민적인 존경을 받아온 원로 배우 오영수(81) 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성폭력 사건에서의 진술 신빙성 판단과 형사 사법의 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다시 한번 촉발되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는 11일 1심에서 선고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파기하고 오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일부 의심이 드는 정황이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는 확고한 법리를 무죄 선고의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형사 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를 엄격히 적용한 결과로 해석되며, 미투(Me Too) 운동 이후 성범죄 사건의 증명력 기준에 대한 중요한 사법적 판단을 보여줍니다.
오 씨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 중 여성 A씨를 껴안고 볼에 입맞춤한 혐의로 2022년 11월 뒤늦게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긴 시간(약 5년)이 지난 후 이루어진 고소는 필연적으로 사건 발생 당시의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어렵게 만들며,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끌어올립니다. 검찰은 1심과 항소심 모두 징역 1년을 구형하며 유죄를 확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결국 무죄를 선택했습니다. 이 판결은 성범죄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발과, 형사 법정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증명 책임 사이에서 사법부가 고심한 결과를 반영합니다.
⚖️ 성범죄 증명력의 난제: 'In Dubio Pro Reo'의 엄격한 적용
이번 항소심 판결의 핵심은 형사 사법의 기본 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의 엄격한 적용에 있습니다.
1. 피해자 진술의 '시간 왜곡 가능성'에 대한 법적 평가
재판부는 무죄 선고의 주요 이유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사건의 재구성 대부분이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고소의 경우, 피해자의 기억이 사건 당시의 실제 상황과 미묘하게 달라지거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커지게 됩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 피고인의 사법적 불이익을 막기 위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고수한 것입니다.
2. 피고인의 '사과'가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는 이유
재판부는 오 씨가 피해자에게 사과한 점을 "피고인이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한 것 아닌지 의심은 든다"는 정황 증거로 언급하면서도, 이를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사회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사과'는 관계 회복, 오해 해소, 심지어는 상대방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관용적 표현일 수 있습니다. 형사 법정에서는 '사과'가 곧 '법적 책임'의 인정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없으며, 사법부는 사과 행위의 배경과 맥락을 신중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만약 사과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갈등 해결이나 피해 회복을 위한 사과 행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윤리적 딜레마도 존재합니다. 이 경우, 재판부는 사과라는 정황만으로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유죄의 확신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오래된 성범죄 사건: 증명력 확보의 구조적 난제
2017년에 발생하여 5년 후 기소된 이 사건은, 오래된 성범죄 사건이 형사 절차에서 겪는 '증명력 확보'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1. 증거의 소실과 부재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증거물 보존이 불가능해지고,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의 진술 확보도 어려워집니다. 오 씨의 사건에서도 '산책로에서 껴안고, 주거지 앞에서 입맞춤'하는 행위 외에 객관적 증거가 사실상 부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결국 재판의 무게추를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며,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기억 왜곡 가능성이나 진술의 일관성 부족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게 됩니다. 사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만을 바탕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엄격한 증거주의의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2. 미투 운동 이후 성범죄 재판의 변화와 한계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법부는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과거보다 더 존중하고 그 증명력을 높게 평가하려는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직후 주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점(피해 사실 신고)이나, 사건 이후 보이는 심리적 후유증(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등 간접적인 정황 증거도 폭넓게 인정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피해자가 6개월이 지나 상담을 받고 동료에게 알린 점을 '의심이 드는 정황'으로 인정한 것은 이러한 변화된 법적 해석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증명'이라는 형사 사법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정황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해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 원로 배우에게 가해진 사회적 낙인과 법원 판결의 의미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원로 배우 오영수 씨에게 가해진 사회적 비난과 낙인은 법원의 최종 판결과는 별개로 개인의 명예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 언론 보도와 사회적 재판의 폭력성
오 씨는 기소 사실만으로도 출연 중이던 모든 작품에서 하차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유죄 추정의 원칙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사회적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이번 무죄 판결은 오 씨에게 법적인 명예를 회복시켜주었지만, 그가 지난 수년간 겪었을 정신적 고통과 실추된 명예는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재판의 폭력성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2. 무죄 판결 이후의 법적/사회적 파장
항소심의 무죄 선고는 검찰의 상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오 씨의 법적 책임은 없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적 무죄는 오 씨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 소송이나 국가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또한 성범죄 피해 고발에 대한 무고죄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어, 향후 미투 사건의 고소·고발에 있어 피해자들에게 심리적인 위축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사법부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법적 진실 규명과 사회적 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 결론: 엄격한 증명과 피해자 보호의 조화
배우 오영수 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증명'이 없는 한 유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 사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한 결과입니다. 특히 시간이 경과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과 증명력 확보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사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판결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유죄 추정'의 사회적 폭력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사법부는 피해자의 용기를 존중하면서도, 억울한 처벌을 막기 위한 엄격한 증거주의 원칙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법리적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