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정권과 파키스탄 군 당국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국경 일대에서 벌어지면서 남아시아의 지역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밤, 아프간 탈레반군은 파키스탄 보안군 초소를 향해 선제적으로 발포했으며, 파키스탄 보안군 역시 소총과 포사격으로 즉각 맞대응하여 국경 6곳에서 전면적인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아프간 군 당국은 이번 공격이 파키스탄군의 자국 영공 침범에 대한 보복 작전임을 공식화하며, 파키스탄 군인 58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는 등 양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교전이 발생한 지역은 아프간 동부의 쿠라르주, 낭가르하르주, 팍티아주를 비롯해 남동부 호스트주와 남부 헬만드주 등 2,611km에 달하는 국경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이어졌습니다. 아프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카불을 향한 파키스탄군 공습에 대응한 보복"이라고 명시하며, 이번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에나야트 호와라즘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AFP 통신에 "성공적인 작전이 자정에 끝났다"고 발표하며, "상대방이 다시 아프간 영토를 침범하면 우리 군은 또다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교전과 관련하여 아프간 군 당국은 파키스탄 측의 사상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발표하며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아프간 측은 파키스탄 군인 58명 사살, 30명 부상이라는 수치를 주장했으나, 사상자 수 파악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프간 군인 역시 2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파키스탄 군 당국은 전날 교전으로 인한 자국 사상자 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아 사실상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은 교전의 실제 피해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의 고위 당국자는 AFP에 탈레반군이 먼저 무기를 사용했으며, 파키스탄 보안군이 경량 화기로 대응한 뒤 중화기를 발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더 나아가 폭발물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탈레반군의 쿼드콥터 3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공격의 방어적 성격을 강조했습니다.
양국은 서로 상대국의 국경 초소를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등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아프간군은 파키스탄 국경 초소 25곳을 점령했다고 밝혔고, 파키스탄 군 당국은 자국군이 아프간 초소 여러 곳을 파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공격을 규탄하며 "아프간의 도발에 걸맞은 대응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초소를 파괴해 후퇴하게 했다"고 밝혀, 강경한 태도로 맞섰습니다.
이번 격렬한 교전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양국이 오랫동안 지속해 온 무장단체 지원 여부에 대한 상호 비방과 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자국에서 테러 활동을 벌이는 파키스탄탈레반(TTP)이 아프간에 주요 은신처를 두고 활동하고 있으며,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국경 인근에서 이들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TTP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로, 파키스탄 정부 전복과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른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며, 아프간 탈레반과 비슷한 이념을 공유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키스탄-아프간 갈등의 핵심 쟁점
- TTP 은신처 문제: 파키스탄은 아프간 탈레반이 자국 내 TTP 활동을 묵인한다고 비난.
- 주권 침해 논란: 파키스탄의 공습은 아프간의 영공 침범 및 주권 침해로 간주되어 탈레반의 보복을 유발.
- 초국경 테러 활동: 2021년 탈레반 재집권 후 TTP의 파키스탄군 공격 급증.
실제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재집권한 2021년 이후, TTP는 파키스탄군 수백 명을 살해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파키스탄 내 무장단체의 공격이 급증했습니다. 지난 9일, 카불 등지에서 폭발이 발생하자 아프간 국방부는 이를 파키스탄의 공격이라고 주장했으며, 당시 파키스탄은 TTP 지도자를 표적으로 공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TTP를 숨겨주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아프간에 노골적으로 촉구하며 압박을 가했습니다.
교전은 12일 오전 대부분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파키스탄 북서부 쿠람 지역에서는 이후에도 간헐적인 총격이 이어지는 등 긴장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웃국인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양국에 서로 자제하라고 촉구하며 국제 사회의 중재가 시급함을 알렸습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이날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요청으로 공격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슬람 국가들, 특히 중동의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이번 충돌의 확전을 우려하고 중재 역할을 수행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양국의 무역로 중 하나인 토르캄과 차만 등 국경 검문소는 이날 폐쇄되었는데, 이는 양국 간의 경제적 교류와 물류 이동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긴장 상태의 지속을 의미합니다.
이번 탈레반과 파키스탄 간의 격렬한 교전은 국경 분쟁을 넘어 이념적으로 연결된 무장단체를 둘러싼 복잡한 역내 갈등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국경 지역의 불안정은 양국 국민뿐만 아니라 남아시아 전체의 안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중재와 양국의 장기적인 신뢰 회복 노력 없이는 이 같은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