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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동반자, 마침내 그 곁으로: 소설가 이외수 작가의 부인 전영자 여사,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마무리하다
소설가 이외수(1946~2022) 작가의 평생 그림자이자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부인 전영자 여사가 지난 7일 향년 72세로 강원도 춘천 자택에서 영면에 들었습니다. 미스 강원 출신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겸비했던 고인의 삶은 이외수 작가의 문학적 여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파란만장한 역사였습니다. 가난과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남편의 천직을 묵묵히 받아들였던 전영자 여사의 별세는, 작가 이외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슬픔과 함께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듯 합니다.
운명적 만남과 극복의 결혼 생활: 1976년의 약속
강원도 양구 출신인 고인은 1976년 11월 당시 춘천에서 다방 DJ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외수 작가를 손님으로 찾아가 구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의 궤적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십 년에 걸친 두 분의 결혼 생활은 예술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희생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2006년 EBS TV '다큐 여자'에 출연했던 고인은 남편이 원고지를 펴놓고 사투를 벌이는 동안 자신은 쌀을 빌리러 다녀야 했음을 고백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남편의 모습에 몇 차례나 보따리를 싸기도 했다는 토로는 그녀의 삶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음을 증언합니다.
📖 작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의 천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영자 여사는 결국 남편의 천직을 받아들였습니다. 고인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며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남편의 천직이라면 작가 이외수의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것 역시 나의 천직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회고하며 자신의 삶을 수용하는 달관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작가 이외수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까지 가정을 지켜낸 그녀의 강한 책임감과 헌신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졸혼과 종료: 생의 마지막을 함께 걸어간 길
두 분의 관계는 말년에 이르러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2018년 말 별거에 들어갔던 두 분은 2019년 '졸혼'(卒婚)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전영자 여사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 악화로 여러 생각이 들었고, 남편이 이혼을 원치 않아 졸혼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은 수십 년 간 헌신적으로 살아온 아내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자 내린 용기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 병간호를 위한 졸혼 종료 선언
그러나 2020년 3월 이외수 작가가 쓰러지자, 전영자 여사는 고민 없이 졸혼 종료를 선언하고 남편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장 힘든 시간에 평생의 반려자의 손을 잡고 간병했던 그녀의 모습은 진정한 부부애의 의미를 일깨워주었습니다. 2022년 이외수 작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영자 여사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으며, 이후 춘천 자택에서 홀로 생활했습니다.
남편 이외수 작가 떠난 뒤의 외로움과 마지막 여정
유족은 전영자 여사가 평생의 반려자인 이외수 작가가 떠난 뒤 많이 외로워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수십 년간 격렬한 삶을 함께 나누었던 동반자의 부재는 그녀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고인의 삶은 한 예술가의 뒤편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그의 창작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 문학계의 또 다른 주역이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현실의 모든 고단함을 내려놓고, 먼저 떠난 남편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빈소와 유족: 작가 가족의 애도
전영자 여사의 빈소는 춘천 호반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6시 30분입니다. 유족으로는 작가로 활동하는 장남 이한얼 작가와 차남 이진얼 씨, 그리고 며느리 설은영 작가(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와 김경미 씨 등이 있습니다. 고인의 삶이 온전히 작가의 삶과 엮여 있었듯, 유족들 역시 문학의 길을 걷고 있어 고인의 희생과 헌신이 남긴 가족 내 문학적 계보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